IBM 22% 폭락…"AI 하드웨어에 밀린 소프트웨어" 실적 경고

미국 기업용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 IBM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개장 전 거래에서 22% 넘게 급락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기업 고객들의 자금이 서버와 스토리지, 메모리 등 하드웨어 쪽으로 옮겨가면서, IBM의 핵심 사업인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서비스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EPS 모두 시장 예상 하회
IBM이 이날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172억 달러(약 26조 6,000억원),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93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매출 178억 6,000만 달러, 조정 EPS 3.01~3.02달러를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메인프레임 컴퓨터 등을 담당하는 인프라 사업부 매출이 전년 대비 7% 감소하며 부진했던 반면, 소프트웨어 부문은 5% 성장했고 컨설팅 부문은 보합세를 보였다. 다만 서버와 스토리지를 담당하는 분산 인프라 부문만 놓고 보면 매출이 사상 최대인 37% 성장했고, 5억 달러에 가까운 대기 수주를 확보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고객들 자본지출, 서버·메모리로 대거 이동"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 6월 마지막 몇 주 동안 고객들이 분기 자본지출(CapEx)을 서버와 스토리지, 메모리 구매 쪽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급이 부족한 AI 인프라를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확보해두려는 움직임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공급망 영향을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고객들의 자본지출 우선순위 변경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컸다고 인정하며, 이번 분기 IBM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충분히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고 여러 건의 대형 계약이 예상했던 일정에 맞춰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경고의 여파는 IBM에만 그치지 않았다. 같은 날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으로 우려가 확산되며 워크데이가 10%, 세일즈포스가 6% 넘게 하락하는 등 비슷한 예산 전환 우려가 관련 종목 전반에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재량적 IT 지출을 줄이고 AI 인프라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앞으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업 실적 발표에서 주요 화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 시기 문제 아니다"…엔터프라이즈 AI 전환 경고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계약 시기 지연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과거 엔론 붕괴를 정확히 예측했던 것으로 유명한 한 공매도 투자자는 IBM의 약세가 단순한 계약 시기 문제만은 아니라며, 앞서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이 인정했던 것처럼 기업용 AI 도입이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미치는 직접적인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을 IBM이 충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IBM 사태는 앞서 다뤘던 미국 반도체주 조정이나 뉴욕주의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조치와 함께, 최근 AI 관련 투자를 둘러싼 시장의 시각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반도체 업종은 올 상반기 다른 빅테크 기업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TSMC도 지난 6월 AI 칩 관련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반면, 메모리 공급 과잉 우려가 최근 샌디스크와 마이크론, 시게이트 등의 주가에 부담을 준 것도 이런 복잡한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결국 AI를 둘러싼 투자 자금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어떤 기업들 사이에서 어떻게 재배분되는지가 앞으로 발표될 실적들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오늘의 한줄평
AI 투자의 파이는 커지는데, 그 파이를 누가 가져가는지가 갈리고 있다.
'경제투자 > 미국 & 한국 경제 및 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美 뉴욕주, AI 데이터센터 건설 1년 중단…국내 전력기기주 급락한 이유는? (0) | 2026.07.19 |
|---|---|
| 아모레퍼시픽, 아마존 프라임데이 2026 역대 최대 매출…K뷰티 글로벌 성장세 지속 (0) | 2026.07.18 |
| 골드만삭스 "반도체 고점론 시기상조"…코스피 급락 원인은 레버리지 ETF였다? (0) | 2026.07.18 |
| 에코프로비엠 유상증자 정정 요구 이유는? 금감원 제동, 주가 영향과 향후 전망 총정리 (1) | 2026.07.17 |
| 코스피 6.37% 급락, 7000선 재붕괴…CXMT IPO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미칠 영향 (0) | 2026.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