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반도체 고점론 시기상조"…이번 주 급락의 진짜 원인은 ETF?

이번 한 주 코스피는 8.95% 폭락과 6.24% 급등, 6.37% 재급락이 반복되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겪었다. 이런 혼란의 원인을 두고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났다는 이른바 '피크아웃(고점 이탈)' 우려가 지목돼왔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1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런 고점론이 시기상조라는 상반된 진단을 내놨다.

"펀더멘털 문제 아닌 레버리지 ETF발 악순환"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주요 기술적 지지선을 시험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국내 증시 급락의 핵심 원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급격한 디레버리징(강제 매도)을 지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일부 2배 레버리지 ETF가 하루 만에 30% 이상 급락하면서, 운용사들이 목표 레버리지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을 추가로 매도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주가 하락이 다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기관투자자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은 지수 하락 폭에 비해 제한적이었고, 일부 추세추종형 헤지펀드를 제외하면 적극적인 매도세는 크지 않았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이는 실제로 지난 16일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보완 대책을 내놓은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주 반복된 코스피의 급등락에 이런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특성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진단이 정책 대응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실적 전망은 그대로, CAPA 확대도 지연 가능성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업황의 구조적 고점론에도 선을 그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두 회사의 실적 전망치 자체는 하향 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생산능력(CAPA) 확대가 2028년 하반기까지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공급 부족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시장의 이견이 크지 않다고 짚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올해 약 645조원에서 2027년 약 931조원, 2028년에는 약 1,06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은 눈앞의 실적보다 미래의 기대를 먼저 반영하는 속성이 있어,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라는 피크아웃 우려와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팽하게 맞서는 한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각차가 곧바로 지수 전체의 변동성으로 확대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평가다.

"금융위기 때보다 싸다"는 밸류에이션 논리
증권가에서는 이런 변동성 속에서도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오히려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지수가 지난달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직후보다도 고점 대비 낙폭이 크고 밸류에이션 수준은 더 낮아졌다고 짚었다. 당시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7.12배였던 반면, 이달 초 기준으로는 6.17배까지 내려왔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코스피의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한 주의 롤러코스터 장세는 반도체 업황 자체의 근본적인 훼손보다는,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취약성과 이에 따른 수급 왜곡이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이런 진단이 맞는지는 결국 이달 하순 발표될 알파벳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과 AI 설비투자(CAPEX) 계획을 통해 검증받게 될 전망이다.

오늘의 한줄평
반도체는 죄가 없다는 골드만삭스, 진짜 범인은 레버리지였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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