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發 성과급 전쟁, 현대차까지 번졌다, 청와대가 꺼낸 카드는 프랑스식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쟁이 완성차 업계로 번지면서, 정부가 새로운 해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 사이 집중적으로 보도된 사안입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전체 조합원 3만 96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86.65퍼센트, 투표율 94.15퍼센트로 파업안이 최종 가결됐습니다.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 10조 3648억원의 30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3조 1094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 상여금 지급률 750퍼센트에서 800퍼센트로 인상, 정년 연장 최장 65세 등도 함께 요구안에 담았습니다.
전체 임직원 7만 3000명으로 단순 환산하면, 노조 요구가 그대로 관철될 경우 1인당 약 4300만원의 성과급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같은 그룹의 기아 노조도 영업이익 9조 781억원의 30퍼센트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공동전선을 구축했습니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이런 요구가 나왔나
이런 요구의 배경에는 앞서 확인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합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초과이익분배금, 이른바 PS 지급 상한을 폐지하고 매년 영업이익의 10퍼센트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아, 80퍼센트는 당해 지급하고 나머지 20퍼센트는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방식에 합의했습니다.
삼성전자도 기존 초과이익성과급 제도는 유지하되, 반도체 부문에 사업 성과의 10.5퍼센트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를 현금이 아닌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엄청난 수준의 성과급을 임직원에 부여한 것이 불씨가 됐고, 그 여파로 삼성전자 노사도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생산중단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런 흐름이 현대차와 기아뿐 아니라, 영업이익의 13에서 14퍼센트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카카오 계열사들로까지 확산됐습니다.

노조와 사측, 팽팽한 입장 차이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일 상견례 이후 11차례 교섭을 이어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지난 12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이후 25일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는 교섭 과정에서 삼성전자 파업 소식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며, 대기업 파업이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고 대외적 시선도 만만치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측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1조 467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5퍼센트나 줄었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0.8퍼센트 감소한 점을 근거로, 순이익 30퍼센트라는 요구가 무리하다는 입장입니다. 기아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28.3퍼센트, 올해 1분기 26.7퍼센트씩 줄어든 상황입니다.
노조 측은 과거부터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고 인건비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을 들어, 조합원 기여에 맞는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꺼낸 카드, 프랑스식 이익분배제
이런 논란이 커지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4일 관훈토론회에서 프랑스의 기업 이익분배 규정을 언급하며 새로운 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했습니다.
프랑스는 50인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가 초과이윤이 발생할 경우, 노사가 협의를 통해 분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막대한 이익을 거둔 에너지 기업에 대해 이른바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사전에 노사가 초과이윤의 기준과 목표치를 협의해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분배 규모와 방식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이 제도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지급 상한입니다. 프랑스는 인당 성과급을 최대 3만 5000유로, 한화로 약 6100만원까지로 제한하는 상한을 두고 있습니다.

김용범 실장의 문제의식
김용범 실장은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노사가 협상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며, 원래 노사쟁의는 임금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이제 새로운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특히 성과급 결정 과정에서 투자자와 주주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성과급이 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제도적 보완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노동자는 월급이라는 기본 전제가 보장되는 만큼, 리스크를 떠안은 투자자에 대한 보상은 노조나 경영자와는 다르게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검토 중인 구체적 방안
정부는 성과급 산정 기준과 규모에 대한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 또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주주총회 심의 및 이사회 의결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이사회의 주주 충실의무 명문화 기조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기업의 중대한 재원 분배 결정에 대해 이사회의 책임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전문가들의 견해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경영 성과급이 통상 임금이 아니므로, 노사 단체교섭이나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현금 성과급 요구가 주주환원을 저해하고 노동시장 양극화와 협력업체 직원들의 박탈감을 키운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한 교수는 모든 직원에게 연봉의 수배를 성과급으로 주는 안을 노사가 정하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며, 프랑스도 지급 상한을 두고 있는 만큼 영업이익 중 어느 정도를 지급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는 삼성전자처럼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경영 판단이 바람직하다며,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이나 스톡옵션으로 지급 방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기업의 이익이 노동과 자본의 공동 성과인 만큼, 임금과 단체협약을 통한 배분 요구는 정당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확산되는 성과급 요구, 어디까지 갈까
이런 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는 자동차 업계를 넘어 조선과 방산 업계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 외에도 임금과 단체협약을 앞둔 여러 업종에서, 이번 현대차 임금협상 결과가 사실상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쟁의 대상이 근로조건에서 경영상 결정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기아 노조는 국내외 공장 신규 투자나 신차 투입 시 노사가 사전에 의견을 맞추자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새로 넣자고 요구했고, 현대차 노조는 인공지능 관련 고용과 노동조건 보장까지 요구안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기업의 고유 경영권 영역까지 노사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투자자가 챙길 점
이번 성과급 전쟁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기업의 이익 배분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하는 방식이 확산되면, 이는 업황과 무관하게 고정비로 굳어질 수 있고 이것이 주주환원 여력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부가 검토 중인 이사회 의결이나 주주총회 승인 의무화 같은 제도적 보완이 실제로 도입된다면, 성과급 결정 과정에서 주주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될 수 있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무리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는 이제 자동차와 플랫폼 업계로까지 번지며, 한국 기업의 성과 배분 방식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언급한 프랑스식 이익분배제가 실제 제도로 이어질지, 그리고 현대차의 임금협상 결과가 다른 업종에 어떤 기준점을 제시할지가 앞으로 하투, 즉 여름철 노사 갈등의 향방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한줄평
"반도체에서 불붙은 성과급 전쟁, 이제는 자동차까지 그 열기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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