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나온 그 사람이, SK하이닉스에 10조원을 걸었다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 이번에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통 큰 베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6일 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한 미국예탁증권, 이른바 ADR 공모 마케팅을 공식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의 대형 투자기관 세 곳이 최대 70억달러, 한화로 약 10조원 규모의 투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누가 이렇게 큰 베팅을 하나
투자 의사를 밝힌 세 곳은 미국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영국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 미국 벤처캐피털 코튜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입니다. 이 헤지펀드는 전직 오픈AI 연구원인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설립한 곳으로, AI 관련 종목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얻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셴브레너는 AI 산업의 성장성을 일찍부터 강조해 온 인물로, 오픈AI를 떠난 뒤 AI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설립해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베일리기포드는 혁신 기업을 초기 단계부터 장기간 보유하는 성장주 투자에 강점을 보이는 곳이며, 코튜는 기술 기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유명한 벤처캐피털입니다. 세 곳이 검토하는 70억달러는 SK하이닉스 전체 공모 물량인 280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에 해당합니다.
얼마나 큰 규모의 상장인가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을 통해 약 282억 1000만달러, 한화로 약 43조 1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이는 최근 주가 조정을 반영해 기존 계획보다 다소 낮춘 규모지만, 성사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글로벌 주식 공모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상장 규모가 약 2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외국 기업 기업공개 가운데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의 250억달러, 2019년 사우디아람코의 256억달러 기업공개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SK하이닉스는 발행주식의 약 2.5퍼센트에 해당하는 신주 1779만주를 미국예탁증권 형태로 발행할 계획이며, 이 주식은 오는 10일부터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합니다. 공모 이후에도 최대주주인 SK스퀘어의 지분율은 20퍼센트 이상 유지됩니다.

왜 지금 미국 상장에 나섰나
이번 상장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 이른바 HBM 수요 급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앞서며 기술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업계 최초로 HBM3를 개발했으며, 최첨단 AI 모델을 구동하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핵심 메모리 공급업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의 약 절반을 공급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나스닥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한국 증시에만 상장돼 있어, 미국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낮은 비후원 ADR을 통해서만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나스닥 상장 이후에는 미국 정규 시장에서 직접 거래가 가능해지고, 향후 나스닥100 등 주요 지수 편입 자격도 얻게 됩니다. 지수 편입이 현실화될 경우,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의 자동 매수 수요도 함께 유입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ETF만 해도 약 4820억달러, 한화로 약 735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조달 자금은 어디에 쓰이나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대부분 국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조달 자금의 일부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극자외선, 이른바 EUV 노광장비 구매에도 투입될 예정입니다. EUV 장비는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설비입니다.

저평가 해소 vs 새로운 투기 위험, 엇갈리는 시각
이번 상장을 둘러싸고는 저평가 해소라는 기대와, 스스로 투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신중론이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손버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디 저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이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줄이는 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확인된 것처럼, SK하이닉스는 미국 마이크론이나 대만 TSMC 등 해외 경쟁사보다 상당히 낮은 주가수익비율을 적용받아 왔는데, 이번 나스닥 상장이 이런 저평가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페트라캐피털매니지먼트의 앨버트 용 공동대표도 최근 시장 변동성이 매우 컸지만, SK하이닉스 주식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스탠다드차타드의 순딥 간토리 주식 부문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 상장이 투자 접근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결국 메모리 사이클의 흐름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AJ벨의 다니엘 코츠워스 시장총괄도, 최근 메모리 반도체 관련 종목의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를 단기 유행이 아닌 장기 성장 기업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ADR과 원주 간 가격 괴리가 존재하는 만큼, 단기간에 국내 주가가 동일한 수준으로 재평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됩니다.
하필 이런 시점에 상장한다는 우려
이번 상장 흥행 소식은, 공교롭게도 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는 시점에 전해졌습니다. 앞서 확인된 것처럼 이날 코스피는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4.91퍼센트 급락하며 올해 여섯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SK하이닉스 주가도 6.06퍼센트 하락하며 220만 100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국내 증시의 불안정한 흐름 속에서도, 글로벌 큰손들이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에는 오히려 대규모 베팅 의사를 밝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주가 변동과, 장기적인 산업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른 궤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1년간의 폭발적 성장
SK하이닉스의 실적 성장세는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가팔라졌습니다. 2025년 매출은 전년보다 47퍼센트 증가한 97조 10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늘어난 42조 9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약 세 배 증가한 52조 6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실적 호조와 AI 메모리 수요 확대 기대가 맞물리면서, 코스피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1년간 750퍼센트 이상 급등했습니다. 시가총액은 1663조원, 약 1조 1000억달러 규모까지 불어난 상태입니다.
이번 주 로드쇼가 관건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이번 주 미국과 유럽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로드쇼를 진행하며 투자 유치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 로드쇼 과정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투자 수요가 확인되는지가, 최종 공모가와 흥행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가 챙길 점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은 단순히 한 기업의 이벤트를 넘어, 한국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어떻게 재평가받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오픈AI 출신 인사가 설립한 헤지펀드까지 대규모 베팅에 나섰다는 것은, AI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 투자자라면, 나스닥 상장이 곧바로 국내 상장 주가의 급격한 재평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함께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ADR과 원주 간 가격 괴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상장의 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마무리
오픈AI 출신 헤지펀드 매니저의 10조원 베팅 소식은,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과는 별개로 SK하이닉스에 대한 글로벌 큰손들의 신뢰가 여전히 두텁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는 10일 나스닥 상장이 실제로 어떤 흥행 성적을 거둘지, 그리고 이것이 국내 상장 주가의 저평가 해소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핵심 관전 포인트입니다.
오늘의 한줄평
"AI를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이, 이번엔 한국 반도체에 10조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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