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원달러 거래 24시간, 외신은 "IMF 트라우마를 깼다"고 평가했다

한국 외환시장의 오래된 문 하나가, 오늘부로 완전히 열렸습니다.
국내 외환시장이 6일부터 사실상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됐습니다. 기존에는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였던 원·달러 거래 시간이,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로 대폭 확대됐습니다. 미국 서머타임 종료 이후에는 오전 7시 개장과 폐장 체제로 운영됩니다.
주말과 1월 1일을 제외하면 공휴일에도 거래가 이어지면서, 국내 외환시장은 글로벌 주요 시장과 같은 상시 거래 체제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2년 전 연장거래의 정식 전환
이번 제도 개편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해 온 연장거래를 1년간 시범 운영한 뒤 정식 제도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2024년 7월 외환시장의 거래시간을 오전 9시에서 다음날 새벽 2시로 처음 연장한 지 2년 만에 이뤄진 전면 개방입니다.
그동안 국내 외환시장은 국내 영업시간 중심으로 운영돼 미국과 유럽 시장이 활발히 움직이는 시간에는 직접 거래가 어려웠습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 이른바 NDF 시장을 이용하거나 국내 시장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어왔습니다.
정부의 첫날 현장 점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외환 딜링룸을 방문해 24시간 개장 이후 첫 거래가 성사된 삼성전자의 원·달러 계약 체결을 참관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는 24시간 개장이 단순한 운영 시간 연장을 넘어 외환거래의 편의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탈바꿈하는 핵심 거버넌스이자, 원화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역사적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와 견조한 대외 건전성, 세계국채지수 편입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자산 수요 확대가 이번 제도 개편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이 실제로 달라지나
가장 실질적인 변화는 새벽 시간대 환전 비용입니다. 기존에도 은행이나 증권사 앱을 통해 24시간 환전은 가능했지만, 시장이 열리지 않는 시간에는 약 5퍼센트 정도 비싼 이른바 가환율로 환전하고, 개장 때 실제 환율로 다시 정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새벽 3시에 100달러짜리 미국 주식 20주를 사려는 국내 투자자의 경우, 시장 환율이 1500원이라면 기존에는 5퍼센트 비싼 1575원에 환전해야 해서 315만원을 미리 들고 있어야 했습니다. 24시간 거래 체제가 안착하면, 이런 가환율 방식의 불편이 점차 사라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출입 기업 입장에서는 새벽에 급격한 환율 변동이 있더라도 실시간으로 환전 주문을 넣어 환차손을 방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왜 지금 이 시점에 개방했나
이번 24시간 개방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이른바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핵심 선결 과제인 외환시장 자유화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행보이기도 합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시점부터 원화 국제화를 중장기 핵심 전략으로 천명해왔습니다. 이번 조치를 통해 국제통화로서 원화의 위상을 높이고, 환율 안정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야간거래 연장 이후 환율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 연장 후 같은 시간대에서 역내 정규장이 역외 NDF보다 낮은 변동성을 보였다며, 거래시간 연장이 단순한 거래 공백 축소를 넘어 야간 정보 반영의 연속성을 높임으로써 다음날 개장 시 가격이 급변하는 갭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완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외신은 "역사적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과 일본 니케이아시아 등 외신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원화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통제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완화한 역사적 결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외신들이 단순한 시간 연장 대신 개방과 개혁이라는 표현을 쓴 배경에는 1997년 IMF 사태의 영향이 큽니다. 당시 국가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한국 정부에게는 이른바 외환 트라우마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 이번 조치를 자본시장 문을 완전히 연 과감한 조치로 본 것입니다. 외신들은 또 한국이 그동안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 중심 국가에서, 해외 자산 투자가 급증하는 해외 투자 대국으로 구조적 진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봤습니다.
하필 이런 시점에 열린다는 우려도
다만 외신들은 이번 24시간 거래 출범이 한국 금융당국에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극에 달한 시점에 제도가 시행된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블룸버그는 한국 당국이 잠든 새벽에는 거래량이 적은데, 이 경우 적은 물량으로도 환율이 출렁이는 오버슈팅이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 명분으로 얻은 대가 중 하나는, 역외 투기 세력이 한밤중 원화를 뒤흔들어도 즉각 개입하기 어려운 통제 불능 위험을 안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니케이아시아는 개방 타이밍을 지적하며, 현재 원달러 환율이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아시아 통화 중 가장 변동성에 취약한 국면인데, 하필 이 시점에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앞서 확인된 것처럼 원달러 환율은 최근 34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며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원화 국제화의 마지막 퍼즐은 아직 남았다
전문가들은 24시간 개장이 선진시장 진입을 위한 필요 조건이긴 하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단순히 거래 시간만 늘린다고 해서 역외 NDF 시장의 수요가 즉각적으로 국내 현물 시장으로 흡수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단순히 24시간 문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역외에서도 원화가 실시간으로 안전하고 불편함 없이 거래될 수 있는 인프라가 완비돼야 진정한 원화 국제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원화를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외 원화 결제 기관 제도를 도입하고, 한국은행에 24시간 결제망을 신규 구축할 계획입니다. 올해 하반기 시범 운영을 거쳐, 2027년 1월 본격 가동을 목표로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본격 시행함으로써 원화 국제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다는 구상입니다.
투자자가 챙길 점
미국 주식이나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개인이라면, 새벽 시간대 환전 비용 부담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초기 시행 단계에서는 개인 환전이 시스템이 구축된 금융기관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용하는 은행이나 증권사가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미리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출입 기업이라면 새벽 시간대 환율 급변에도 실시간 대응이 가능해진 만큼, 환헤지 전략을 다시 점검해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
24시간 외환시장 개방은 원화 국제화를 향한 상징적인 첫걸음이지만, 동시에 극심한 환율 변동성이라는 현재 진행형 리스크와 정면으로 맞물려 있는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예고한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 구축까지 완성돼야 비로소 진정한 원화 국제화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이번 조치가 실제로 환율 안정에 기여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변동성의 원인이 되는지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의 한줄평
"IMF 트라우마를 깼다는 찬사와, 투기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같은 날 함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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