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투자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계획 인가…23년 만에 드디어 다음 단계

bang-nal 2026. 7. 6. 17:56
반응형

은마아파트, 정권 5번 바뀌는 동안 23년 만에 받은 도장 하나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불리는 아파트가, 마침내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강남구는 지난 2일 대치동 316번지 일대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의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했다고 밝혔습니다. 2003년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지 23년 만입니다. 그 사이 대한민국 정권은 참여정부부터 이재명 정부까지 다섯 번 바뀌었습니다.

대한민국 재건축 정책의 축소판

업계에서 은마는 대한민국 재건축의 역사라고 불립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건축 정책도 완화와 규제를 반복했고, 은마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1979년 한보건설이 시공한 28개 동, 총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은마아파트는 강남권을 대표하는 노후 공동주택으로 꼽혀왔습니다. 단지 노후화가 심화하면서 재건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안전진단과 조합 내 갈등, 정비계획 변경 등이 이어지며 20년 넘게 사업이 지연돼 왔습니다.

어떻게 속도가 붙었나

서울시는 이번 인가 과정에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처음 적용했습니다. 정비계획 변경 고시 이후 불과 7개월 만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마무리한 것입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단계별 표준 처리기한보다 약 1년가량 사업 기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남구 차원에서도 속도전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5월 22일 인가 신청을 받은 뒤 약 80개 관계 부서 및 기관 협의와 주민공람 등을 거쳐, 법정 처리기한인 60일보다 33일 앞당겨 인가를 완료했습니다. 이는 강남구 재건축 사업시행계획인가 가운데 최단 처리 기록으로 전해집니다.

김현기 강남구청장은 이번 인가가 민선 9기 첫 재건축 사업시행계획인가이자 법정 처리기한을 33일 앞당긴 강남구 최단 기록이라며, 오랫동안 재건축을 기다려온 주민들에게 사업이 실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신호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단지로 탈바꿈하나

이번 인가에 따라 은마아파트는 대지면적 24만 3552.6제곱미터 부지에 지하 6층에서 지상 49층, 29개 동, 총 585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재건축됩니다. 기존 4424가구에서 1400가구 이상 늘어나는 셈입니다.

주택형은 전용면적 59제곱미터, 76제곱미터 등 중소형부터 96, 109, 118, 128제곱미터 등 중대형까지 다양하게 구성되며, 최상층에는 전용 143제곱미터 규모의 펜트하우스도 계획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은 909가구, 공공분양주택은 195가구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공공분양주택 195가구가 정비사업 최초로 은마아파트에 도입됐다는 점입니다. 이는 민간주도 재건축에 공공분양이 결합된 사례로, 역세권 용적률 특례를 적용해 용적률을 기존 300퍼센트에서 331.9퍼센트로 상향하고 655가구를 추가로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이 추가분 가운데 195가구가 다자녀 중산층 등 실수요자를 위한 공공분양주택이고, 나머지 460가구 중 227가구는 민간분양, 233가구는 공공임대로 채워집니다.

단지 안에는 주민 편의를 위한 공원과 공영주차장, 개방형 도서관 등 부대복리시설과 공공개방 커뮤니티시설도 함께 조성됩니다. 침수 피해에 대비한 저류조 설치도 계획돼 있습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사업시행계획 인가는 재건축 절차의 중요한 분수령이지만, 완공까지는 아직 여러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관리처분계획 수립 및 인가, 이주, 철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이 핵심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은마아파트는 기존 용적률이 204퍼센트로 이미 높은 편이어서, 재건축 이후 일반분양으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이 많지 않은 대표적인 사업지로 꼽힙니다. 역세권 용적률 특례 적용으로 공급 가구 수가 일부 늘긴 했지만, 공사비 상승 속도가 이를 웃돌면서 조합원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조합이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앞두고 공개한 추정 분담금에 따르면, 전용 76제곱미터를 보유한 조합원이 재건축 후 같은 면적을 분양받더라도 추가 부담금은 4억 2000만원으로, 지난해 9월보다 약 1억 9000만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남구의 재건축 신속화 전담체계

강남구는 이번 인가를 계기로 향후 다른 재건축 사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구청장이 직접 단장을 맡는 강남 재건축 신속화합, 이른바 신화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사업장별 공정관리와 관계기관 협의, 주민 소통, 전문가 자문 기능을 전담 추진체계로 묶었습니다.

강남권 재건축 사업은 조합 내부 갈등과 상가 이해관계, 공공기여 및 기반시설 협의 등으로 절차가 장기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강남구는 사업별 쟁점을 초기 단계에서 조정하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선제적으로 진행해 후속 절차 지연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전문가가 보는 파급효과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위원은 은마 재건축이 단순히 한 단지의 사업 진척을 넘어, 우리나라 재건축 정책의 변천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은마가 재건축된다면 현재 가격이 눌려 있는 대치, 도곡동 단지들이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도 강남권 재건축의 상징인 은마아파트의 사업시행계획 인가는 신속한 재건축 추진의 대표 사례가 될 것이라며, 주택 공급의 걸림돌을 지속적으로 해소해 시장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전세난과 맞물린 의미

이번 인가는 앞서 확인된 서울 전세시장 상황과도 맞물려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2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는데, 그 핵심 배경 중 하나가 장기화된 신축 입주 물량 부족이었습니다.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강남권 대형 재건축 사업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는 서울 주택 공급 물량 확대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주와 철거 등 재건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전월세 수요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마무리

23년이라는 시간과 다섯 번의 정권 교체를 거친 끝에 나온 이번 인가는, 대한민국 재건축 사업이 얼마나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과정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2028년 착공이라는 목표가 제시됐지만, 조합원 분담금 문제 등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는 만큼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의 한줄평

"정권은 다섯 번 바뀌었어도, 은마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도장 하나를 기다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