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원화 강세로 돌아설 여지 있다", 그런데 통화스와프는 선을 그었다

계속되는 고환율 국면 속에서, 한국은행 수장이 국회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진단과 전망을 내놨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최근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요인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여지가 상당히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지금 환율이 어느 수준인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84.56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상반기의 1493.08원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원화의 약세 폭은 다른 주요국 통화보다 두드러졌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5.7퍼센트 하락했는데, 이는 유로존 유로화의 2.8퍼센트, 일본 엔화의 3.1퍼센트, 태국 바트화의 5.0퍼센트 하락폭보다 큰 수준입니다.
왜 이렇게 원화만 유독 약할까
신 총재는 이런 환율 상승의 배경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하나는 글로벌 요인으로,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 때문에 달러가 강세로 접어든 측면입니다. 다른 하나는 한국 상황에 특별히 적용되는 요인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꼽았습니다.
이는 앞서 확인된 것처럼,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100퍼센트 넘게 급등하면서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초과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선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는 진단입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이날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올해 원달러 환율이 중동지역 리스크 영향 등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주요국 통화와 함께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왜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보나
신 총재가 원화 강세 전환 가능성의 근거로 든 것은 경상수지 흑자입니다. 그는 근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아주 큰 폭으로 계속 누적되고 있다며, 기본적인 경제 틀에서 봤을 때 앞으로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여지가 상당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수급이 중요한 결정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초가치도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지금의 환율 상승은 외국인 매도라는 일시적 수급 요인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고,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력을 반영하면 원화가 다시 강세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그는 올해 후반기에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도 잦아들 것으로 생각한다며,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통화스와프에는 왜 신중한 입장을 보였나
이날 국회에서는 원화 가치 절상을 위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대한 질의도 나왔습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 재무부와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 구체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신 총재는 정부 간 협의도 있고 중앙은행 간 협의도 있다며, 중앙은행 간 협조의 틀 안에서 항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그는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이런 제도가 상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상당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통화스와프의 주된 목적은 유동성이 고갈됐을 때 유동성을 지급하는 장치라며, 현 상황에서는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통화스와프가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상징적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현재 한국의 외화 유동성 상황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급하게 추진할 사안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외화 유동성 자체는 양호하다는 진단
신 총재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의 대외 차입 여건과 외화유동성 상황은 양호한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대외리스크가 커질 경우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 시장안정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지금의 고환율이 유동성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앞서 확인된 것처럼 외국인의 리밸런싱 매도와 글로벌 달러 강세가 겹친 결과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재확인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서 신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와 성장세 개선, 금융안정 리스크 증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업무보고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목표 수준을 웃도는 물가 오름세와 성장세 개선, 금융안정 위험 증대 등 최근의 정책 여건 변화를 고려할 때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앞서 확인된 것처럼, 신 총재가 5월 금통위 기자간담회 이후 지속적으로 밝혀온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와 일관된 입장입니다.
신 총재는 한국 경제 상황과 관련해, 반도체 경기 호조가 이어지고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됨에 따라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물가에 대해서는 중동 사태 진정에도 그간 높아진 비용 상승의 파급이 당분간 지속되고 수요측 압력이 커지면서, 상당 기간 높은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입장도 재확인
이날 신 총재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그는 청문회 때 말씀드렸듯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의 예금토큰은 각각 특화된 용도가 있으며, 서로 경쟁적이면서도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 통화 생태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근본적 해법은 외환시장 구조 개혁
신 총재는 이날 환율 안정을 위해 장기적인 기초 경제 체력과 외환시장의 구조적 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시장 수급 관리나 금리 인상 같은 대응 수단에만 의존하기보다,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외환시장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확인된 것처럼, 지난 6일부터 시행된 24시간 외환시장 개방도 이런 구조적 개혁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조치가 시행 직후부터 극심한 환율 변동성 속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실제 안정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 의원의 문제 제기
이날 국회에서는 고환율 대응을 금리 인상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이 점을 짚으며, 통화정책 외에도 다양한 정책 수단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투자자가 챙길 점
이번 발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한국은행 총재가 원화 강세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그 시점이나 구체적인 폭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경상수지 흑자라는 펀더멘털은 분명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실제로 언제 잦아들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또한 통화스와프에 대한 신중한 입장은, 정부 차원의 환율 방어 카드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거나 환전 계획이 있는 투자자라면, 이런 한국은행의 신중하면서도 낙관적인 시각을 참고하되 실제 환율 흐름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무리
신현송 총재의 이번 국회 발언은, 지금의 고환율이 유동성 위기가 아닌 외국인 수급 조정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이라는 한국은행의 공식 진단을 보여줍니다. 경상수지 흑자라는 펀더멘털에 근거한 원화 강세 전환 전망은 긍정적 신호이지만, 통화스와프 카드는 아직 꺼내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 역시 함께 확인됐습니다. 올해 후반기 외국인 매도세가 실제로 잦아드는지가, 이 전망의 실현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오늘의 한줄평
"강세로 돌아설 여지는 있다면서도, 언제냐고 물으니 총재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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